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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에서 트럼본을 꿈꾸는 아들의 예비 전공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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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기자 2025. 11.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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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본을 시작한 이후로 우리 집 일상은 참 많이 달라졌어요.

음악이란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이가 예비 전공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한 마음과 체력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일반고에서 금관악기 전공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의 현실적인 하루와

그 속에서 제가 느끼는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려 해요.

누군가에게는 작은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연습실에서 시작된 음악의 길

 

아들의 하루는 이 작은 연습실에서 마무리 됩니다.

문만 열면 금방이라도 울릴 듯한 묵직한 트럼본 소리가 꽉 찬 공간이죠.

물론 방음부스 밖에서도 작게 소리가 들리긴 합니다만

아빠의 TV시청 소리에 파뭍혀 안들릴 뿐이죠.

 

"오늘은 텅잉부터 잡아야겠다."

"롱톤이 좀 흔들리네..."

 

이런 혼잣말이 유리문 너머로 들리는듯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악보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들에서

그 순간마다 괜히 가슴이 찡해져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잘하고 싶어서'

스스로 앉아 반복하는 그 모습이 엄마 마음엔 얼마나 기특하게 보이는지 몰라요.

 

금관악기 전공자로 가는 길은 사실 생각보다 외로운 여정이에요.

트럼본 하나로 호흡, 입술 근육, 텅잉, 슬라이드까지 다 챙겨야 하니까

연습할 때는 온 신경이 악기에 몰려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표정도 늘 진지하고,

사진 속 모습은 마치 작은 음악가 같아서 볼때마다 마음이 촉촉해져요.

 

일반고 예비 전공자라는 이중생활

 

아들이 선택한 길은 에술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준비하는 음악전공이에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정말 솔직히 말해, 거의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사는 것과 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 수업,

쉬는시간, 집에 와서도 수행평가와 시험대비 공부와 과제를 하고,

다시 악기를 들고 연습실로!

 

일반고 학생으로서 해야 하는 것과

음악전공 준비가 겹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벅차죠.

 

그런데도 우리 아이는

단 한번도 "힘들어서 못 하겠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힘들어도 트럼본을 잡고,

시간이 없어도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요.

 

그 모습을 볼 때면

아.... 이 아이는 정말 음악이 좋구나.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람의 눈빛은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뒤에서 미소 짓게 돼요.

오케스트라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음악가의 마음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날이면 아이 얼굴이 확 달라져요.

혼자 연습할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 설렘, 그리고 책임감이 공기처럼 감돌아요.

오케스트라 활동은 금관악기 전공자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에요.

혼자선 절대 배울 수 없는 '앙상블 감각'이란게 있거든요.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다른 파트와 호흡을 맞추고 균형을 맞추는 힘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누가 봐도 쉽지 않은 길인데

이 아이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더라구요.

이 과정이 하나의 멋진 성장으로 남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조용히 뒤에서 바라봐주고 있어요.

예비 전공자라는 이름의 무게

 

일주일 동안의 연습 인증샷을 보면서 저는 새삼 느껴요.

예비 전공자라는 이름은 가볍지 않다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악기를 들었어요.

사진 속 행동은 모두 다르지만

자세와 표정은 놀랄만큼 똑같아요.

 

음악전공을 준비하는 아이의 땀과 시간은

결코 누구에게 쉽게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정말 묵묵하고 조용한 성실함이에요.

그 무거운 길을 아이가 스스로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부모로서 그저 든든하고 또 미안하고...

복잡한 마음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예요.

누가 뭐라 해도

이 아이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 모든 애쓴 시간들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끝까지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

 

가끔은 흔들릴 수도 있고.

지칠때도 있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죠.

 

그래도 저는 아이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네가 좋아하는 걸 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멋지다!"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트럼본, 금관악기, 음악전공, 예비 전공자라는 단어 뒤에는

사실 이런 마음들이 숨어 있어요.

이건 단순한 진로가 아니라

아이가 만들어가는 삶의 이야기니까요.

 

오늘의 기록이

같은 길을 준비하는 다른 아이들과 부모님께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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